가을 너머의 가을
- 박기섭
1.
모서리가 다 닳았다
가을이 온 것이다
풀이 마르면서
들어올리는, 고요
새도록 줄칼을 가는
귀뚜라미 때문이다
2.
무명베 조각조각 쪽물을 먹이다가
무심코 대문 밖을 내다보는 날이 있다
터지는 하늘 솔기에 문득 쏟는 재채기
3.
못 자국이 드러났다
가을이 온 것이다
구름 가는 가녘에
마음 따라가고
흙벽에 서걱거리는
무 시래기 때문이다
『시와 정신』2015년 여름호
-1954년 대구 출생. 1980년<한국일보>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키 작은 나귀 타고><묵언집><비단 헝겊><하늘에 밑줄이나 긋고>
<엮음 수심가><달의 문하><각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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