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가을 너머의 가을 / 박기섭

폴래폴래 2015. 7. 9. 16:51

 

 

 

 

 

            가을 너머의 가을

 

 

                                                          - 박기섭

 

     1.

     모서리가 다 닳았다

     가을이 온 것이다

 

     풀이 마르면서

     들어올리는, 고요

 

     새도록 줄칼을 가는

     귀뚜라미 때문이다

 

     2.

     무명베 조각조각 쪽물을 먹이다가

    

     무심코 대문 밖을 내다보는 날이 있다

 

     터지는 하늘 솔기에 문득 쏟는 재채기

 

     3.

     못 자국이 드러났다

     가을이 온 것이다

 

     구름 가는 가녘에

     마음 따라가고

 

     흙벽에 서걱거리는

     무 시래기 때문이다

 

 

 

     『시와 정신』2015년 여름호

 

 

 

     -1954년 대구 출생. 1980년<한국일보>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키 작은 나귀 타고><묵언집><비단 헝겊><하늘에 밑줄이나 긋고>

       <엮음 수심가><달의 문하><각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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