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구만리의 봄 / 박정만

폴래폴래 2015. 5. 5. 11:18

 

 

 

 

 

 

        구만리(九萬里)의 봄

 

                                                 - 박정만

 

  죽었다 깨어났다

  한 사나이의 캄캄한 주검 위에서

  파도는 천리 밖으로 뛰쳐나가고

  최후의 바다에는

  무언無言의 잠이 폭설처럼 내린다.

  내리는 눈보다 먼저 피는 꽃,

  내리는 눈보다 먼저 부는 바람.

  아내여,

  동백꽃은 네 미간 위에서

  맨 먼저 길을 묻는다.

  어디만큼 왔는가

  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

  지난 길은 날로 어두워지고

  가는 길은 점점 험난해진다.

  아득한 어느 곳에서

  풍랑은 다시금 뒤집혀지고

  칼날 같은 바람 위에

  오늘도 쪽빛 달이 뜬다.

 

 

 

  시집『잠자는 돌』고려원 197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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