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신성
- 배한봉
남은 음식 모아놓은 통에
닭들이 머리를 박고 부지런히 쪼아 먹고 있다.
저 닭들이 갈겨놓은 똥은
채마밭 거름이 될 것이다.
닭은 사람이 남긴 음식을 먹고,
채소는 닭똥거름을 먹고,
사람은 닭똥으로 기른 채소를 먹는다.
이것이야말로 신성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까지 신성이 하늘 저 어디쯤 있는 줄 알았다.
나는 누구에게
저처럼 무심한 듯 환한 신성이었을까.
이름을 걸어놓고 인생에게 물어본다.
꼬꼬댁꼭꼭, 닭들이
알을 낳고 돌아와 다시 잔반통에 머릴 박는다.
『미네르바』2015년 봄호
-경남 함안 출생. 1998년<현대시>등단.
시집<우포늪 왁새> 등.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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