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신성 / 배한봉

폴래폴래 2015. 3. 10. 16:05

 

 

 

 

                        사진:네이버포토

 

 

 

         신성

 

                                          - 배한봉

 

남은 음식 모아놓은 통에

 닭들이 머리를 박고 부지런히 쪼아 먹고 있다.

 

 저 닭들이 갈겨놓은 똥은

 채마밭 거름이 될 것이다.

 닭은 사람이 남긴 음식을 먹고,

 채소는 닭똥거름을 먹고,

 사람은 닭똥으로 기른 채소를 먹는다.

 

 이것이야말로 신성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까지 신성이 하늘 저 어디쯤 있는 줄 알았다.

 

 나는 누구에게

 저처럼 무심한 듯 환한 신성이었을까.

 이름을 걸어놓고 인생에게 물어본다.

 꼬꼬댁꼭꼭, 닭들이

 알을 낳고 돌아와 다시 잔반통에 머릴 박는다.

 

 

  『미네르바』2015년 봄호

 

 

  -경남 함안 출생. 1998년<현대시>등단.

   시집<우포늪 왁새> 등.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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