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송찬호
이 적막한 계절의 국경을 넘어가자고 산비둘기 날아와 구욱 국 울어대는 봄날,
산등성이 헛개나무들도 금연 구역을 슬금슬금 내려와 담배 한 대씩 태우고 돌아
가는 무료한 한낮,
그대가 오면 함께 찻물로 마시려고 받아온 골짜기 약숫물도 한번 크게 뜨거워
졌다가 맹숭하니 식어가는 오후,
멀리 동구가 내다보이는 마당가,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도 작년 이맘때보다
허리가 나빠져, 나도 이제는 들어가 쉬어야 하는 더 늦은 오후,
어디서 또 봄이 전복됐는가 보다
노곤하니 각시멧노랑나비 한 마리,
다 낡은 꽃 기중기 끌고
탈, 탈, 탈, 탈, 언덕을 넘어간다
시집『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지 2009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과 졸업.
1987년<우리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등 2000년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2008년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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