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아버지의 寫眞 / 김수영

폴래폴래 2013. 12. 18. 13:21

 

 

 

 

 

 

 

  아버지의 寫眞

 

 

                          (1921~1968)   - 김수영

 

 

 아버지의 寫眞을 보지 않아도

 悲慘은 일찌기 있었던 것

 

 돌아가신 아버지의 寫眞에는

 眼鏡이 걸려있고

 내가 떳떳이 내다볼 수 없는 現實처럼

 그의 눈은 깊이 파지어서

 그래도 그것은

 돌아가신 그날의 푸른 눈은 아니요

 나의 飢餓처럼 그는 서서 나를 보고

 나는 모으든 사람을 또한

 나의 妻를 避하여

 그의 얼굴을 숨어 보는 것이요

 

 詠嘆이 아닌 그의 키와

 詛呪가 아닌 나의 얼굴에서

 오오 나는 그의 얼굴을 따라

 왜 이리 조바심하는 것이요

 

 조바심도 습관이 되고

 그의 얼굴도 습관이 되며

 나의 無理하는 生에서

 그의 寫眞도 無理가 아닐 수 없이

 

 그의 寫眞은 이 맑고 넓은 아침에서

 또하나의 나의 팔이 될 수 없는 悲慘이요

 행길에 얼어붙은 유리창들같이

 時計의 열두시같이

 再次는 다시 보지 않을 遍歷의 歷史……

 

 나는 모든 사람을 避하여

 그의 얼굴을 숨어 보는 버릇이 있소

 

 

 

 - 1949년 1월 29세 때 부친 49세로 돌아가시다.

 

 

  -1968년 48세로 영면.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니라는 이름의 언짢음 / 김민정  (0) 2013.12.26
봉인된 시간 / 권현형  (0) 2013.12.26
영문법 시간 / 신철규  (0) 2013.12.16
폭설 / 조은길  (0) 2013.12.16
국화 / 안상학  (0) 2013.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