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침대 / 박연준

폴래폴래 2013. 10. 24. 12:00

 

 

 

 

 

 

 

   침대

      ─소리를 기다리는 귀가 누워 있는 방

 

 

                                                              - 박연준

 

 

 심장이 몸 밖으로 나와 저 혼자 툭,

 떨어질 때가 있다

 바닥에서 터지거나 숨거나

 스미는 기척도 없이

 어둠의 등을 가르며 하염없이

 

 누운 귀가 펄럭이는 방

 

 곧, 곧, 들릴 것 같은데

 회색이 될 것 같은데

 다하기 전에는 움직일 수도 없는데

 

 붉은 궤적을 따라 신경이 쏟아지고

 주황, 아니면 빨강이겠구나 너는

 막돼먹은 바람으로 달렸겠구나

 

 실의는 오래

 살아남았지

 

 밤의 긴 혓바닥에 '우리'라는 깃발을 세우고

 행복해서 육손이가 되었지

 뿌리가 액체로 흐르다 겨울 끝자락에서 겨우

 굳을 수 있었지

 

 꿈속에 속눈썹을 두고 왔어

 다시 찾으러 갈까

 

 

 『창작과비평』2013년 가을호

 

 

 

  -1980년 서울 출생. 동덕여대 문창과 졸업.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시집<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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