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소리를 기다리는 귀가 누워 있는 방
- 박연준
심장이 몸 밖으로 나와 저 혼자 툭,
떨어질 때가 있다
바닥에서 터지거나 숨거나
스미는 기척도 없이
어둠의 등을 가르며 하염없이
누운 귀가 펄럭이는 방
곧, 곧, 들릴 것 같은데
회색이 될 것 같은데
다하기 전에는 움직일 수도 없는데
붉은 궤적을 따라 신경이 쏟아지고
주황, 아니면 빨강이겠구나 너는
막돼먹은 바람으로 달렸겠구나
실의는 오래
살아남았지
밤의 긴 혓바닥에 '우리'라는 깃발을 세우고
행복해서 육손이가 되었지
뿌리가 액체로 흐르다 겨울 끝자락에서 겨우
굳을 수 있었지
꿈속에 속눈썹을 두고 왔어
다시 찾으러 갈까
『창작과비평』2013년 가을호
-1980년 서울 출생. 동덕여대 문창과 졸업.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시집<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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