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장(月葬)
- 권대웅
달에게로 가리
달 한 귀퉁이에 집을 짓고
장독대를 만들고
마당에는 서너 평의 텃밭
별들이 물어다 놓은 씨앗으로
당신이 밤에도 볼 수 있는 꽃들을 키우리
달빛에 발효되는 그리움들
구름이 달을 지나가는 순간
꽃은 당신 닮은 아이를 낳으리
환하여라
밤이면 세상 슬픈 꿈마저도
강물 위에서 반짝이고
언덕에 엎드려 울던 별들과 새들
숲속의 시냇물들 저 하늘로 흘러가리
달에게로 가리
달 지붕 위에 굴뚝을 만들고
부뚜막에는 둥근 밥솥
첫새벽밥 지어놓고
밤새 당신 바라보다가
눈썹이 하얗게 새어 없어져도 행복하여라
『시와문화』2013년 여름호
-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당나귀의 꿈><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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