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 김명원
붕어빵을 먹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머리부터 먹는 경우다.
가면을 몇 개씩 가지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유능한 현실이 되는 사람들,
이익을 위해서는 의리쯤 폐품으로 분리수거하고
이성과 냉정이라면 보험에 들어 잘 보관하고 관리하는
머리부터 먹는 그대들은 승부욕에 강한 엘리트이다.
둘째, 꼬리부터 먹는 경우다.
사랑에 늘 실패한 부류,
세상을 향해 잽을 열심히 날려 보았지만
결정적인 어퍼컷을 맞고 실신한 사람들,
술자리에서 조용히 술그림자가 되어 술만 마시는 사람들,
자신의 등 뒤를 걱정하고 골목에 들어서서야 안심하는
키 작은 사람들, 스스로 알아 어두육미
딱딱하고 거친 꼬리가 그대들의 몫이다.
셋째, 몸부터 먹는 경우다.
좌충우돌 산 사람들,
틀에 갇히는 걸 싫어하고
매사에 튀고 싶어 하고
쓸데없는 것에도 폼 잡기 좋아하는
그대들은 논리보다 주먹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성질 급한 육질의 마초 유형이다.
그리고
이런 천차만별의 인간들 입에서
머리가 잘려지고 꼬리가 썰려나가고
몸통이 베어 물려지며 붉은 앙금죽 피가 흐르는
그들을 굽어보며 즐거운 나는
어느 불사에서 이승의 포장마차까지 흘러 온
뜨거운 불판 위에서 맛 좋게 잘 구어 지는
붕어 등신불이다.
『우리시』2013년 1월호
- 1959년 충남 천안 출생. 이화여대 약학과, 성균관대학원 문학박사.
1996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슬픔이 익어, 투명한 핏줄이 보일 때까지><달빛 손가락><사랑을 견디다>
노천명문학상, 성균문학상, 대전시협상 수상. 대전대 문창과 교수.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의 몸 / 황형철 (0) | 2013.03.04 |
---|---|
그 말(馬)을 생각하는 밤 / 이영옥 (0) | 2013.03.04 |
가출 / 김준현 (0) | 2013.03.03 |
맨드라미 / 오태환 (0) | 2013.03.03 |
여관 숙박부에 빨리 말라 버린 / 황학주 (0) | 2013.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