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
- 장옥관
거짓말 할 때 코를 문지르는 사람이 있다. 난생 처음 키스를 하고 난 뒤 딸꾹질
하는 여학생도 있다.
비언어적 누설이다.
겹겹 밀봉해도 새어나오는 김치냄새처럼 도무지 잠글 수 없는 것, 몸이 흘리는
말이다
누이가 쑤셔 박은 농짝 뒤 어둠, 이사할 때 끌려나온 무명천에 핀 검붉은 꽃,
몽정한 아들 팬티를 쪼그리고 앉아 손빨래하는 어머니의 차가운 손등
개꼬리는 맹렬히 흔들리고 있다.
핏물 노을 밭에서 흔들리는 수크령,
대지가 흘리는 비언어적 누설이다.
- 1955년 경북 선산 출생. 계명대 국문과, 단국대 대학원 문창과 박사.
1987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황금 연못><바퀴소리를 듣는다><하늘 우물> 등
김달진문학상, 일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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