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붉은 꽃 / 장옥관

폴래폴래 2012. 12. 10. 10:40

 

 

 

 

 

 

 

         붉은 꽃

 

                                             - 장옥관

 

 

  거짓말 할 때 코를 문지르는 사람이 있다. 난생 처음 키스를 하고 난 뒤 딸꾹질

하는 여학생도 있다.

 

  비언어적 누설이다.

  겹겹 밀봉해도 새어나오는 김치냄새처럼 도무지 잠글 수 없는 것, 몸이 흘리는

말이다

  누이가 쑤셔 박은 농짝 뒤 어둠, 이사할 때 끌려나온 무명천에 핀 검붉은 꽃,

 

  몽정한 아들 팬티를 쪼그리고 앉아 손빨래하는 어머니의 차가운 손등

  개꼬리는 맹렬히 흔들리고 있다.

  핏물 노을 밭에서 흔들리는 수크령,

  대지가 흘리는 비언어적 누설이다.

 

 

 

  - 1955년 경북 선산 출생. 계명대 국문과, 단국대 대학원 문창과 박사.

    1987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황금 연못><바퀴소리를 듣는다><하늘 우물> 등

    김달진문학상, 일연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