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야단법석 부흥회 / 구순희

폴래폴래 2012. 10. 5. 10:45

 

 

 

 

 

 

 

 야단법석 부흥회

 

                                      - 구순희

 

 

 

 버스 한 대분의 비린내가

 영광 법성포에 차례로 방목되었다

 우산으로 가려도 분칠한 얼굴들은

 눅눅한 회색 포구를 닮아 갔다

 

 첫 대면에도 적나라하게 들킨다

 온몸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전생의 비린내가 길을 여는

 희석된 빗속에서는

 

 흐릿해진 포구가 술렁술렁

 포구를 잠재우던 갈매기 떼가

 꺽꺽 쉰 목소리로 깨어난다

 식곤증의 조기들도 화들짝 눈치챘는지

 일가권속 내놓으라며 성토가 확대된다

 

 점심때 굴비백반을 먹었다

 찬물에 밥 말아 몸값 비싼 보리굴비 뜯으며

 짭짤하게 보리와 굴비의 간극을 맛보았다

 딱딱해진 몸을 조각조각 해체시켜

 내장에 저장시키기에 바빴다

 

 사람들 속에 감추어 둔

 그 비린내의 내력을 따라

 사리 하나씩 입에 문 갈매기들이

 왁자지껄하다

 설마 히치콕이 보내진 않았겠지

 몸서리칠 새 떼처럼 덮치지는 않겠지

 

 불교 도래지에서 한꺼번에 벌어지는

 갈매기들의 야단법석

 무리 중에는 아멘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점점 멀어져 가는 불신자들을 붙들려고

 갈매기들의 부흥회가 열리고 있다

 

 

 

 『문학청춘』2012년 가을호

 

 

 

  - 경남 양산 출생.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그대 내게로 와서><내 안의 가장 큰 적><수탉에게 묻고 싶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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