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법석 부흥회
- 구순희
버스 한 대분의 비린내가
영광 법성포에 차례로 방목되었다
우산으로 가려도 분칠한 얼굴들은
눅눅한 회색 포구를 닮아 갔다
첫 대면에도 적나라하게 들킨다
온몸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전생의 비린내가 길을 여는
희석된 빗속에서는
흐릿해진 포구가 술렁술렁
포구를 잠재우던 갈매기 떼가
꺽꺽 쉰 목소리로 깨어난다
식곤증의 조기들도 화들짝 눈치챘는지
일가권속 내놓으라며 성토가 확대된다
점심때 굴비백반을 먹었다
찬물에 밥 말아 몸값 비싼 보리굴비 뜯으며
짭짤하게 보리와 굴비의 간극을 맛보았다
딱딱해진 몸을 조각조각 해체시켜
내장에 저장시키기에 바빴다
사람들 속에 감추어 둔
그 비린내의 내력을 따라
사리 하나씩 입에 문 갈매기들이
왁자지껄하다
설마 히치콕이 보내진 않았겠지
몸서리칠 새 떼처럼 덮치지는 않겠지
불교 도래지에서 한꺼번에 벌어지는
갈매기들의 야단법석
무리 중에는 아멘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점점 멀어져 가는 불신자들을 붙들려고
갈매기들의 부흥회가 열리고 있다
『문학청춘』2012년 가을호
- 경남 양산 출생.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그대 내게로 와서><내 안의 가장 큰 적><수탉에게 묻고 싶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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