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물속의 빛 / 조용미

폴래폴래 2012. 8. 28. 12:09

 

 

 

 

 

 

 

  물속의 빛

 

                                       - 조용미

 

 

 물은 점점 차오르고

 당신의 얼굴은 보이지 않네

 모든 빛들은 천천히 가라앉겠지

 

 물속의 고요함은 정말 기괴하네

 푸른빛 초록빛 싸늘한 흰빛 노란빛

 그리고 검은,

 

 검은 건 빛이 아니라서

 그냥 어둠, 이라고 해두지

 물이 숨을 가득 채울 때 보았던 건

 따뜻한 분홍빛

 

 물속에서 이렇게 많은 빛들이 살아가는 줄

 정말 몰랐지

 내 노래의 음계들은 오래 어두울 텐데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고요한 곳이 있다면

 그건 아마 물속일 거야

 

 이제 물속에서 하늘을 보네

 아아, 하늘은 물빛

 난 당분간 눈을 감지 않을 거야

 

 물빛은 점점 어두워 오는데

 당신의 얼굴은 보이지 않네

 물속의 고요함은 정말 기괴하네

 

 

 

 시집『기억의 행성』문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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