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 유영금
도발적인 년,
사내들이 꼼짝없이 감전되고 말아
목젖을 애무할 때
아찔한 쾌감 짜릿짜릿 고조되거든
그 맛에 흐믈흐믈 녹아
낙주가는 쓸개를, 관주가는 췌장을,
폐주가는 간을 바쳐 사랑하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애첩인 거야
발칙한 년,
이름도 향기도 수만 가지
성질이 얼마나 더러운지
사내들의 간을 다 빼먹지
간만 빼먹나
수틀리면 쓸개도 구멍내고
췌장까지 서슴없이 파먹으며 좋아하지
고얀 년,
제멋대로라니까
고약한 비법에 걸려든 사내들
도대체 물릴 줄 몰라
땅거미 울면 진저리나게 그리워
쓸개와 췌장과 간을 싸들고 맨발로 달려가지
그런데 문제는 글쎄
사내들만 사로잡는 게 아니야
십 수 년 전
벼랑길에서 나도 말려들어
레즈비언 사이가 되었지 뭐야
췌장을 맛있게 갉아먹는
눈물을 아는 년, 얼마나 인간적인지 몰라
가면을 벗지 않는 오물통 세상엔
그 년보다 솔직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거든
췌장을 다 먹어치운 뒤 날 내동댕이치면
끊어진 다리 누구와 건너지?
시집『봄날 불지르다』문학세계사 2007년
- 1957년 강원도 영월 출생. 1994년 청구문학 시 대상.
1997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시 당선.
2003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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