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스식 해안(海岸)을 가다
- 정태화
그 바닷가 해안에 한 잔 술 취해 떨어져 자는 놈들이 있다
한 잔 술 파도에 떠밀려와 깊은 잠 자는 놈들의 자세를 살피는 일 천태만상이어서,
기웃거리는 곳 손가락 발가락 얼기설기 매듭 엮인 길 마디의 자리이거나
가랑이 사이 소용돌이 해류에 발빠지는 것이어서
연꽃좌대 위에 모셔놓고 108배 절을 올리기로 한다
지금부터는 정숙의 시간이다
내 몸에 깃든 내가 어디 한 둘이더냐
자정의 시간이면 팔팔한 나를 차례로 불러내
심장에 비수를 꽂고 다비의 장작 불길 올리는 봉화
태백산맥 준령의 머리들이 차례차례 불붙는 산하에 다시 오는 초인이 있어
무릎 꿇는 108배 절을 올리기로 한다
그래 문둥이 한하운 시인과 그 친구들이 뚝뚝 흘리고 간 손가락 발가락들이
급류에 떠밀려온 리아스식 해안, 해안선 이쪽과 저쪽의 끈을 당겨 잡고
줄넘기놀이를 시키고 있는
너와 나 사이에 끼어들어온 손바닥 짝짝, 맨발의 발바닥이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떠오르는 이곳을 향해
삼보일배로 떠밀려오는 너희들에게 108배 절을 올리기로 한다
광란의 파도, 급류에 떠밀려온 당신을 깊은 산 암자로 불러들여
연꽃좌대 위에 모시기로 한다
『시산맥』2012년 봄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선인장꽃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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