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일요일 후의 일요일 / 하재연

폴래폴래 2012. 2. 25. 14:56

 

 

 

 

 

일요일 후의 일요일

 

                                           - 하재연

 

 

 더는 찾아낼 수 없는 시간들을

 미루어두려고

 나는 너와 만났지

 피크닉 바구니의 뚜껑을 닫고서

 기차라도 타면

 영원한 휴일은 완벽해지지

 월요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까지

 아침 창문에서 가장 멀리 어두운 곳까지

 

 이해할 수 없는 날씨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나는 너와 사랑했지

 구름은 비, 돌풍은 예감

 우체국에서 날아오는 것들은

 종이 위에 만들어진 가볍고 까만 죽음

 그리고 하얀 잠만 남겨두려고

 우리는 서로의 꿈을 다 꾸어버리지

 

 열어보면 쉰 냄새가 풍겨 나올

 풍경 바깥에 달린 손잡이들을 내버려두고

 우리는 칙칙폭폭 달려가지

 

 

 

 시집『세계의 모든 해변처럼』문지 2012년

 

 

                       시인의 말

 

                       눈을 비벼도

                    캄캄한 눈으로

 

 내게서 돋아난 두 개의 손을

 오래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2012년 1월

                                하재연

 

 

 

 - 1975년 서울 출생. 고대 국문과 동 대학원 박사

   200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라디오 데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