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후의 일요일
- 하재연
더는 찾아낼 수 없는 시간들을
미루어두려고
나는 너와 만났지
피크닉 바구니의 뚜껑을 닫고서
기차라도 타면
영원한 휴일은 완벽해지지
월요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까지
아침 창문에서 가장 멀리 어두운 곳까지
이해할 수 없는 날씨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나는 너와 사랑했지
구름은 비, 돌풍은 예감
우체국에서 날아오는 것들은
종이 위에 만들어진 가볍고 까만 죽음
그리고 하얀 잠만 남겨두려고
우리는 서로의 꿈을 다 꾸어버리지
열어보면 쉰 냄새가 풍겨 나올
풍경 바깥에 달린 손잡이들을 내버려두고
우리는 칙칙폭폭 달려가지
시집『세계의 모든 해변처럼』문지 2012년
시인의 말
눈을 비벼도
캄캄한 눈으로
내게서 돋아난 두 개의 손을
오래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2012년 1월
하재연
- 1975년 서울 출생. 고대 국문과 동 대학원 박사
200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라디오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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