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수국 / 권애숙

폴래폴래 2011. 11. 22. 18:12

 

 

 

 

 

  수국

 

                        - 권애숙

 

 

 

 먼 길 걸어 온 발소리

 수굿하게 한 상 이고 오는 소리

 개미들 줄줄이 꽃밥에 빠지는 소리

 

 퍼질러 앉아 우리도 한 술 뜨자

 

 한 소쿠리 뜨거운 보리밥을 이고

 시끄러운 무논으로 나가자

 층층논 넘어가는 못줄은 왜

 하루해 붙잡고 평수를 늘리지 못 하느냐

 한 주걱 푹 퍼서 길에도 던져주고

 한 숟갈 다시 떠서 허공에도 던져주고

 빈 그릇 들고도 고봉으로 뜨거워 보자

 

 끓는 것은 꽃이 된다

 핀 줄도 모르게 핀 벼꽃처럼

 잘 안 보이게 살이 익는

 얼룩도 뜸이 들면 찰진 꽃밥이다

 

 

 

 시집『맞장 뜨는 오후』문학의 전당 2009년

 

 

 

 

 - 경북 선산 출생. 계명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1995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차가운 등뼈 하나로><카툰세상>. 부산작가회의 회원.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상(立像) / 유종인  (0) 2011.12.02
死者의 書 / 유병록  (0) 2011.12.02
내일, 내일 / 유희경  (0) 2011.11.19
수련의 가을 / 배한봉  (0) 2011.11.17
맞장 뜨는 오후 / 권애숙  (0) 201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