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 권애숙
먼 길 걸어 온 발소리
수굿하게 한 상 이고 오는 소리
개미들 줄줄이 꽃밥에 빠지는 소리
퍼질러 앉아 우리도 한 술 뜨자
한 소쿠리 뜨거운 보리밥을 이고
시끄러운 무논으로 나가자
층층논 넘어가는 못줄은 왜
하루해 붙잡고 평수를 늘리지 못 하느냐
한 주걱 푹 퍼서 길에도 던져주고
한 숟갈 다시 떠서 허공에도 던져주고
빈 그릇 들고도 고봉으로 뜨거워 보자
끓는 것은 꽃이 된다
핀 줄도 모르게 핀 벼꽃처럼
잘 안 보이게 살이 익는
얼룩도 뜸이 들면 찰진 꽃밥이다
시집『맞장 뜨는 오후』문학의 전당 2009년
- 경북 선산 출생. 계명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1995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차가운 등뼈 하나로><카툰세상>. 부산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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