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대표시
설화(雪花)
- 오세영
꽃나무만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겨울의 마른 나뭇가지에 핀 설화(雪花)를
보면 안다.
누구나 한 생애를 건너
뜨거운 피를 맑게 승화시키면
마침내 꽃이 되는 법,
욕심과
미움과
애련을 버려
한 발 재겨 디딜 수 없는
혹독한 겨울의 추위, 그 절정에
홀로 한 그루 메마른 나목(裸木)으로 서면
내 청춘의 비린 살은 꽃잎이 되고
굳은 뼈는 꽃술이 되고
탁한 피는 향기가 되어
새파란 하늘을 호올로 안느니
꽃나무만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겨울의 마른 나뭇가지에 핀 설화를
보면 안다.
-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196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무명연시>
<불타는 물><임을 부르는 물소리 그 물소리><바람의 그림자>
<밤 하늘의 바둑판> 등.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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