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설화(雪花) / 오세영

폴래폴래 2011. 6. 4. 01:37

 

 

 

 

 

 김달진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대표시

 

 설화(雪花)

 

                            - 오세영

 

 

 

 꽃나무만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겨울의 마른 나뭇가지에 핀 설화(雪花)를

 보면 안다.

 누구나 한 생애를 건너

 뜨거운 피를 맑게 승화시키면

 마침내 꽃이 되는 법,

 욕심과

 미움과

 애련을 버려

 한 발 재겨 디딜 수 없는

 혹독한 겨울의 추위, 그 절정에

 홀로 한 그루 메마른 나목(裸木)으로 서면

 내 청춘의 비린 살은 꽃잎이 되고

 굳은 뼈는 꽃술이 되고

 탁한 피는 향기가 되어

 새파란 하늘을 호올로 안느니

 꽃나무만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겨울의 마른 나뭇가지에 핀 설화를

 보면 안다.

 

 

 

 

-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196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무명연시>

   <불타는 물><임을 부르는 물소리 그 물소리><바람의 그림자>

   <밤 하늘의 바둑판> 등.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