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그 머나먼 / 진은영

폴래폴래 2011. 5. 22. 12:25

 

 

 

 

 

 제55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그 머나먼

 

                              - 진은영

 

 

 

 홍대 앞보다 마레 지구가 좋았다

 내 동생 희영이보다 앨리스가 좋았다

 철수보다 폴이 좋았다

 국어사전보다 세계대백과가 좋다

 아가씨들의 향수보다 당나라 벼루에 갈린 먹 냄새가 좋다

 과학자의 천왕성보다 시인들의 달이 좋다

 

 멀리 있으니까 여기에서

 

 김 뿌린 센베이 과자보다 노란 마카롱이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가족에게서 어린 날 저녁 매질에서

 

 엘뤼아르보다 박노해가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나의 상처들에서

 

 연필보다 망치가 좋다, 지우개보다 십자나사못

 성경보다 불경이 좋다

 

 소녀들이 노인보다 좋다

 

 더 멀리 있으니까

 

 나의 책상에서

 분노에게서

 나에게서

 

 너의 노래가 좋았다

 멀리 있으니까

 

 기쁨에서, 침묵에서, 노래에게서

 

 혁명이, 철학이 좋았다

 멀리 있으니까

 

 집에서, 깃털구름에게서, 심장 속 검은 돌에게서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대 철학과 동 대학원 박사.

  2000년『문학과 사회』등단

  시집<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우리는 매일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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