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그 머나먼
- 진은영
홍대 앞보다 마레 지구가 좋았다
내 동생 희영이보다 앨리스가 좋았다
철수보다 폴이 좋았다
국어사전보다 세계대백과가 좋다
아가씨들의 향수보다 당나라 벼루에 갈린 먹 냄새가 좋다
과학자의 천왕성보다 시인들의 달이 좋다
멀리 있으니까 여기에서
김 뿌린 센베이 과자보다 노란 마카롱이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가족에게서 어린 날 저녁 매질에서
엘뤼아르보다 박노해가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나의 상처들에서
연필보다 망치가 좋다, 지우개보다 십자나사못
성경보다 불경이 좋다
소녀들이 노인보다 좋다
더 멀리 있으니까
나의 책상에서
분노에게서
나에게서
너의 노래가 좋았다
멀리 있으니까
기쁨에서, 침묵에서, 노래에게서
혁명이, 철학이 좋았다
멀리 있으니까
집에서, 깃털구름에게서, 심장 속 검은 돌에게서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대 철학과 동 대학원 박사.
2000년『문학과 사회』등단
시집<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우리는 매일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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