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노을 / 이송희

폴래폴래 2011. 3. 30. 22:35

 

 

 사진:네이버포토

 

 

 

 노을

 

                    - 이송희

 

 

 

 수면제 알약을 주머니에 담은 날들

 

 파도소리에 이끌려 온 방파제 끝에서

 

 제 몸을 허무는 소리, 알알이 꾹 삼킨다

 

 살갗으로 터져 나온 바람의 실핏줄

 

 하늘도 상처를 들이 내민 불임의 저녁

 

 주홍빛 슬픔 한 줄기 스멀스멀 번진다

 

 네 그림자 한 자락 허망하게 스러질 때,

 

 바다는 먼발치에서 손목을 잡아끈다

 

 충혈 된 눈빛 하나가 문 잠근 채 흐느낀다

 

 깎이는 사과껍질처럼 속 깊이 웅크리는

 

 살 저미던 바람의 날, 음각의 시간이

 

 둥글게 몸을 말면서 떨어져 담긴다

 

 

 

 

  『문학청춘』2011년 봄호

 

 

 

 

 

 - 1976년 광주 출생. 전남대 국문과 문학박사.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환절기의 판화>

    2010년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2009년 오늘의 시조시인상 수상.

    전남대, 조선대 국문과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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