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노을
- 이송희
수면제 알약을 주머니에 담은 날들
파도소리에 이끌려 온 방파제 끝에서
제 몸을 허무는 소리, 알알이 꾹 삼킨다
살갗으로 터져 나온 바람의 실핏줄
하늘도 상처를 들이 내민 불임의 저녁
주홍빛 슬픔 한 줄기 스멀스멀 번진다
네 그림자 한 자락 허망하게 스러질 때,
바다는 먼발치에서 손목을 잡아끈다
충혈 된 눈빛 하나가 문 잠근 채 흐느낀다
깎이는 사과껍질처럼 속 깊이 웅크리는
살 저미던 바람의 날, 음각의 시간이
둥글게 몸을 말면서 떨어져 담긴다
『문학청춘』2011년 봄호
- 1976년 광주 출생. 전남대 국문과 문학박사.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환절기의 판화>
2010년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2009년 오늘의 시조시인상 수상.
전남대, 조선대 국문과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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