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 최승호
달빛 탓이었을까 어느 집 옥상에
검고 둥근 모자를 덮어쓴
뚱뚱한 유령들이 서 있었다
항아리 뚜껑 같은 모자를 쓰고
어느 집 옥상에
뚱뚱한 외계인들이 서 있었다
큰 항아리에 송장을 넣어
장사 지내던 사람들이
달빛 속으로 사라진 지도 오래되었다
달의 변화 아래서 늙어가는
낙타의 긴 눈썹이
희디흰 달빛을 닮아간다
그 천문학자는 머리에
‘멕시코모자 은하’를 쓰고 늙어간다
시집『아메바』문학동네 2011년
- 1954년 춘천 출생. 1977년 『현대시학』등단
시집<대설주의보><세속도시의 즐거움><반딧불 보호구역>
<그로테스크><고비> 등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수상
숭실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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