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악어야 저녁 먹으러 가자
- 배성희
축구공을 꿰매느라 노예처럼 일하는
아이들, 아쿠아리움 속 우리도 다를 바 없다
神 지핀 순간
내가 너를 사랑해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문지기를 노려보는 것은 목숨을 거는 도전
뜨는 거야, 텅 빈 가짜 벌통은 걷어 차버려
담뱃불로 구멍 난 소파 틈새 털 짐승이 뛰쳐나오고
더러운 침대에서 신음하던 물이 단칼에 쏟아져 나올 때
멀고 먼 약속의 활주로는 지루해
폭우를 헤치고 힘차게 도는 프로펠러
따다다다 헬리콥터가 수직으로 달아오른다
늪이 악어의 수만큼 있는 마을
이마에 온통 피 칠을 한 인디언 입에서
코에서 연기가 뿜어 나온다
짙푸른 숲이 채찍을 휘두르는 지금 뜨거운
접목의 나무 수액은 황홀하게 발효중이다
주린 배를 채우러 가자 악어야
아마존으로 가자
시집『악어야 저녁 먹으러 가자』서정시학 2010년 12월
시인의 말
여기는 불온한 핏줄이 자라는 해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의 잠수종에 연결된 공기 펌프는 인간이라는
슬픔에 대하여 끝없이 질문하고 있다
유순해 보이는 물결 아래 도사리고 있는
모서리를 드러내는 과정이
우리의 소통과 하모니를 도와주는지
방해하는지 고민스럽다
2010년 햇살이 짠한 12월 오후
배 성 희
- 서울 출생. 이화여대 생물학과 졸업
2009년『서정시학』등단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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