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프라나* / 박미산

폴래폴래 2010. 9. 29. 12:27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프라나*

 

                                 - 박미산  

 

 

 

 

 폭설이 들이쳤지

 옴짝 달싹 못하고 눈 속에 갇혔어

 그의 붉은 심장이 지붕을 타고 미끄러져 들어왔어

 프라나가 냉기 가득한 집안에 누워있던 꽃을 피웠지

 빈집에 훈기가 퍼지고

 

 갈증, 굴러다니는 와인 잔, 둥둥 떠다니는 입술

 들썩이는 등 뼈, 탁탁 튀고 있는 불티,

 

 하얀 나비 떼가 날아다녔어

 내 몸에서 눈, 녹는 소리가 들렸지

 침대위에 누워있던 그도 스르르 녹아버렸어

 결국 나의 스위트홈이 폭삭 주저앉았지

 

 젖은 나의 방에서

 증발한 그의 행적과는 무관하게

 나는 매일 밤 명상하며 녹고 있지

 

 그는 뉴욕에서

 나는 서울에서

 서로의 시차에 푹 젖으며 달콤하게 녹는 거,

 벌써 몇 번째지?

 

 

 

  *프라나 : 요가언어로 에너지, 혹은 기(氣)라고 한다.

 

 

 

  『학산문학』2009년 겨울호

 

 

 

 

  - 인천 출생. 고대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과정 수료.

     2006년『유심』신인상,

     2008년『세계일보』신춘문예 등단.

     시집<루낭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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