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프라나*
- 박미산
폭설이 들이쳤지
옴짝 달싹 못하고 눈 속에 갇혔어
그의 붉은 심장이 지붕을 타고 미끄러져 들어왔어
프라나가 냉기 가득한 집안에 누워있던 꽃을 피웠지
빈집에 훈기가 퍼지고
갈증, 굴러다니는 와인 잔, 둥둥 떠다니는 입술
들썩이는 등 뼈, 탁탁 튀고 있는 불티,
하얀 나비 떼가 날아다녔어
내 몸에서 눈, 녹는 소리가 들렸지
침대위에 누워있던 그도 스르르 녹아버렸어
결국 나의 스위트홈이 폭삭 주저앉았지
젖은 나의 방에서
증발한 그의 행적과는 무관하게
나는 매일 밤 명상하며 녹고 있지
그는 뉴욕에서
나는 서울에서
서로의 시차에 푹 젖으며 달콤하게 녹는 거,
벌써 몇 번째지?
*프라나 : 요가언어로 에너지, 혹은 기(氣)라고 한다.
『학산문학』2009년 겨울호
- 인천 출생. 고대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과정 수료.
2006년『유심』신인상,
2008년『세계일보』신춘문예 등단.
시집<루낭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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