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혼자서는 안 되는 국수집 / 복효근

폴래폴래 2010. 7. 25. 20:12

 

 

 

 

 

 

  혼자서는 안 되는 국수집

 

                                        - 복효근  

 

 

 

 내 사는 동네 관광단지 저 위쪽

 국수집 하나 있다

 어느 날 어중간한 저녁 한 끼를 때우려고 찾았다가

 한 분 손님을 위해 한 그릇을

 삶아줄 순 없다고 하는 바람에

 손님이 더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 일이 있었다

 도리 없이 기다려도 손님이 오지 않자

 앞으로는 꼭 짝을 맞춰 오라면서

 특별히 나에게만 1인분을 삶아 내주겠단다

 자신들의 편의를 위하여

 한 사람은 손님으로도 생각지 않는다니

 부아가 치올랐으나

 혼자서 국수를 먹었다 멀건히

 얘기 나눌 그 누구도 없이

 국수그릇만 쳐다보며 면발만 후루룩 쫓기듯 먹다보니

 이 집 주인이 의도치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먹고 사는 한 이치를 알 것도 같았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없을 리야 없겠지만

 국수를 먹더라도 마주할 저 쪽은 있어야 겠더라는 것이다

 다른 그 무엇을 할 때보다

 먹을 때 혼자인 것처럼 외로운 일 있을까

 빚 안 갚는 그 자식이라도 데리고 와서

 후루룩거리며 함께 먹고 볼 일인 것이다

 니나 내나의 외로움을 한자리에 앉혀놓고 먹으면

 국수도 성찬일 수 있겠다

 옳다 국수는 혼자서는 안 된다

 

 

 

 

  시집『마늘촛불』애지 2009년

 

 

 

 

  -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전북대 국어교육과 졸업.

     1991년『시와시학』등단.

     시집<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목련꽃 브라자>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나리 / 박미산  (0) 2010.07.27
매미소리 / 문인수  (0) 2010.07.27
계급의 발견 / 류근  (0) 2010.07.23
아줌마, 아내 / 복효근  (0) 2010.07.23
분꽃 / 송종규  (0) 2010.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