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안 되는 국수집
- 복효근
내 사는 동네 관광단지 저 위쪽
국수집 하나 있다
어느 날 어중간한 저녁 한 끼를 때우려고 찾았다가
한 분 손님을 위해 한 그릇을
삶아줄 순 없다고 하는 바람에
손님이 더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 일이 있었다
도리 없이 기다려도 손님이 오지 않자
앞으로는 꼭 짝을 맞춰 오라면서
특별히 나에게만 1인분을 삶아 내주겠단다
자신들의 편의를 위하여
한 사람은 손님으로도 생각지 않는다니
부아가 치올랐으나
혼자서 국수를 먹었다 멀건히
얘기 나눌 그 누구도 없이
국수그릇만 쳐다보며 면발만 후루룩 쫓기듯 먹다보니
이 집 주인이 의도치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먹고 사는 한 이치를 알 것도 같았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없을 리야 없겠지만
국수를 먹더라도 마주할 저 쪽은 있어야 겠더라는 것이다
다른 그 무엇을 할 때보다
먹을 때 혼자인 것처럼 외로운 일 있을까
빚 안 갚는 그 자식이라도 데리고 와서
후루룩거리며 함께 먹고 볼 일인 것이다
니나 내나의 외로움을 한자리에 앉혀놓고 먹으면
국수도 성찬일 수 있겠다
옳다 국수는 혼자서는 안 된다
시집『마늘촛불』애지 2009년
-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전북대 국어교육과 졸업.
1991년『시와시학』등단.
시집<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목련꽃 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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