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무덤들에서 듣다
- 서영처
깊이 뿌리내린 섬이네
한 사람씩 들어가 고립되어 버리는,
낙타의 육봉처럼 군데군데 솟아
오 ─ㅁ 오 ─ㅁ 낮은 소리를 내네
소를 놓치고 울던 어린 날의 아버지가
여기 봉분에 기대어 잠이 들었네
이장한 곳의 붉은 흙은
생살을 도려낸 듯, 지금도 아프네
원재료들 요리되기를 기다리며 누워 있네
구근처럼 양지바른 곳만 골라 태양을 호흡하더니
통통하게 살 오르는 무덤이여
절반쯤 굴러내린 달이여
삶이 갈증을 일으켜 나는 다시 무덤을 헤매네
누구에게도 덤은 없다고 무덤은 말하네
먼 길 가려 내 등에도 일찍이 혹을 하나 달았네
隊商들은 보이지 않고
짐 지고 구릉을 넘는 낙타구름
그림자만 가득하네
시집『피아노악어』열림원 2006
- 1964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대 음악과, 영남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2003년 계관『문학·판』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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