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주택가
- 김행숙
가정집이 무엇일까
어린 시절은 무엇일까
나는 20세기의 어린시절을 기억하고
당신은 21 세기의 어린시절을 기억한다
오늘날 주택가는 그런 곳
너희 엄마 집과 아빠 집의 규칙이 다르듯
누구나 다르게 살아가는 거야
똑같이 보이고 싶어하면서
큰 개를 키우는 사람은 큰 개에 의지하고
작은 개를 키우는 사람은 작은 개에 의지한다
자기 머리통보다 작은 개를 꼬옥 껴안고 우는 사람이 있겠지, 오늘밤에도 주택가는 그런 곳
버둥거리는 개가 있어
그것은 좋다는 뜻일까, 괴롭다는 뜻일까
말하는 개라면 사실대로 짖을까
말하는 창문이라면 수다쟁이 할멈일거야, 그녀가 마음씨 좋은 할머니래도 당신은 창가에서 더 이상의 독백을 잇지 못하리
밤에 주택가를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밤의 주유소로
환하게 달려오는 차의 속도가 부러워, 당신은 골목에서 걸어나와 골목이 없는 세계로 뛰어간다
착각처럼 무엇이 바뀔까
완전한 착각처럼 무엇을 굳게 믿을까
밤공기가 차가워, 나는 창문을 닫는다
투명한 유리창을 닫고
불투명한 유리창을 닫고 커튼을 쳐버렸다, 화가 난 듯했다
나는 보이지 않았다
《창작과 비평》 2010년 봄호
- 1970년 서울 출생. 고대 국어교육과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9년『현대문학』등단.
시집<사춘기><이별의 능력>
강남대학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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