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카이로 / 안현미

폴래폴래 2010. 3. 13. 12:45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카이로

 

                      - 안현미 

 

 

 

 1

 일몰후 아홉번째의 달이 떴고

 그는 동쪽 식탁위에 왜가리처럼 놓인 촛대에 불을 붙였다

 설명하고 싶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차원으로

 그는 침묵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가 사용하는 침묵은 골동품처럼 지혜로왔다

 

 2

 그때 폭설속에 묻어 둔 술병을 꺼내러 갔던 여자가 돌아왔고

 그 여자가 데리고 온 낯선 공기는 순식간에 우리를 다른 차원으로

 데려 갔다

 

 3

 인생이란 원래 뭘 좀 몰라야 살맛 나는 법

 

 4

 아홉번째 핫산이 돌아 왔다

 설명하고 싶었지만 설명 할 수 없는 차원으로

 그는 인생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가 사용하는 인생은 침묵처럼 두꺼웠다

 

 5

 다시 아홉번째 달이 뜨고

 다시 시간은 골동품처럼 놓여 있고

 다시 이야기는 반복 된다

 설명하고 싶었지만 설명 할 수 없는 차원으로

 

 원래 인생이란 뭘 좀 몰라야 살맛 나는 법

 

 

 

 

 『현대문학』 2010년 2월호

 

 

 

 

  - 1972년 강원 태백 출생.

     2001년《문학동네》등단.

     시집<곰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