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 김민정

폴래폴래 2010. 1. 10. 11:21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 김민정  

 

 

 천안역이었다

 연착된 막차를 홀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톡톡 이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플랫폼 위에서 한 노숙자가 발톱을 깎고 있었다

 해진 군용 점퍼 그 아래로는 팬티 바람이었다

 가랑이 새로 굽슬 삐져나온 털이 더럽게도 까맸다

 아가씨, 나 삼백 원만 너무 추워서 그래

 육백 원짜리 네스카페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이거 말고 자판기 커피 말이야 거 달달한 거

 삼백 원짜리 밀크 커피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서울행 열차가 10분 더 연착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전광판 속에서 빠르게 흘러갔다 천안두리인력파출소

 안내시스템 여성부 대표전화 041-566-1989

 순간 다급하게 펜을 찾는 손이 있어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게서 따뜻한 커피 캔이 만져졌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온다던 그 시였던가

 여성부를 이성부로 읽던 밤이었다

 

 

  -시집『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문지 2009

 

 

 

  - 1976년 인천 출생. 중앙대 문창과 동 대학원 졸업.

    1999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 등단.

     시집<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2007년 박인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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