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투구꽃 / 최두석

폴래폴래 2009. 12. 29. 11:08

 

 

 

       사진:네이버포토

 

 

 

        투구꽃

 

                               - 최두석 

 

 

 

 사노라면 겪게 되는 일로

 애증이 엇갈릴 때

 그리하여 문득 슬퍼질 때

 한바탕 사랑싸움이라도 벌일 듯한

 투구꽃의 도발적인 자태를 떠올린다

 

 사노라면 약이 되면서 동시에

 독이 되는 일 얼마나 많은가 궁리하며

 머리가 아파올 때

 입술이 얼얼하고 혀가 화끈거리는

 투구꽃 뿌리를 씹기도 한다

 

 조금씩 먹으면 보약이지만

 많이 넣어 끊이면 사약이 되는

 예전에 임금이 신하를 죽일 때 썼다는

 투구꽃 뿌리를 잘게 잘라 씹으며

 세상에 어떤 사랑이 독이 되는지 생각한다

 

 진보라의 진수라 할

 아찔하게 아리따운 꽃빛을 내기 위해

 뿌리는 독을 품는 것이라 짐작하며

 목구멍에 계속 침을 삼키고

 뜨거워지는 배를 움켜쥐기도 한다.

 

 

 

          시집『투구꽃』창비 2009

 

 

 

         - 1955년 전남 담양 출생. 서울대 국어교육과,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80년《심상》등단.   현재 한신대 교수.

            시집<대꽃><임진강><성에꽃><투구꽃> 평론집<리얼리즘의 시정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