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의 심장
- 채호기
당신 편지를 읽는 것만으론 부족해
편지지에서 글자를 딴다.
투명한 물 아래 선명하게 보이는
그것들에게 손을 뻗는다.
물의 살에 손을 집어넣을 때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 일렁이는 물결,
일그러지는 글자들
아직도 가라앉아 있는 돌들
투명한 당신의 가슴 안에
손을 집어넣어 물고기처럼 퍼덕대는
마음을 거머쥐듯
강물에서 돌을 따낼 것이다.
물은 손에 부딪혀 더 세차게 흐르고
그 진동에 숲이 부르르 떤다.
당신의 신음처럼
새들은 어지럽게 공중을 휘젓고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 당신
신경의 흥분과 육체의 떨림을
이것에서 편지의 글자를 낚아챈
손으로 생생하게 감지한다.
시집『손가락이 뜨겁다』문지 2009
- 1957년 대구 출생. 대전대 국문과 졸업.
1988년『창작과비평』등단.
시집<지독한 사랑><슬픈 게이><밤의 공중전화><수련>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수상.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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