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할여으에어
- 김기택
불이 살을 녹여 얼굴을 지우고
손가락 발가락을 지우고
콧구멍을 막았다
병원이
녹은 얼굴에 두 개의 구멍을 뚫어
호흡만 겨우 이어놓았다
녹은 살 속에 숨어서
벌겋게 벌거벗은 한 사람이
두 손으로 ‘불’알을 꼭 가리고 웅크려
신음하고 있었다
(얼마나 깊고 어두울까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그 속은)
익어버린 혀가 침묵하는 동안
신음은 컴컴한 바람소리의 힘으로
간신히 발음 하나를 만들었다
할여으에어
고기냄새가 난다
불판 위에서 맹렬하게 들썩거리는 소리가 난다
지독한 발음냄새가 난다
살려주세요
『애지』2009년 겨울호
- 1957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 영문과 졸업.
1989년「한국일보」신춘문예 <꼽추>가 당선.
시집<태아의 잠><바늘구멍 속의 폭풍><사무원>
<소><껌>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이수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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