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 이태관
낡은 바람에도 삐걱이는 건
관절이 풀린 탓이다
개미가 집안을 순례하고 있다
틈이 생긴 까닭이다
언제나 틈이 문제였다
기껏 성사시켜 놓은 거래도
미꾸라지처럼 파고드는 놈은 있어,
벼와 나락 사이
태풍 특보가 지나고
아내와 자식 사이
바람이 파고드는 뼈와 시림도
온 몸에 틈이 생긴 까닭이다
틈을 메우기로 한다
관절의 구석마다 실리콘을 쏜다
어느 새
길이 사라진다
세상 어느 곳에 틈이 없으랴
바위 속으로도 물은 스미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
삶이란 이름으로 벌여놓은 틈은
어찌 메우나
삼십년 관절염으로 고생했던 아비의 길을
지금 내가 가고 있다
낯선 바람이 관절 사이를 스쳐 나간다
『현대시』 2009년 10월호
- 1964년 대전 출생.
1990년《대전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저리도 붉은 기억>천년의시작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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