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옷의 진화 / 강영은

폴래폴래 2009. 9. 13. 00:33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옷의 진화

 

                                - 강영은 

 

 

 

  엄마 무덤가는 길에 찔레가 지천이다

 

  다닥다닥 매달린 붉은 열매에 까막까치 날아와 부리를 댄다 새가 쪼아 먹다 간 자리엔 붉은 젖니 자국. 젖니는 근성이 모호한 이빨이어서 엄마의 꽃 판에 푸른멍이 들 때까지 엄마의 유두를 아프게 깨물었지 엄마는 낯을 붉히며 아프지 않게 뺨을 꼬집거나 비릿한 흰 젖 꽃 무더기로 피워냈지만 잇바디 간지러운 배냇저고리 찔레꽃의 어미임을 잊어버리는 묘법을 아는 것처럼 붉은 열매의 희고 고운 꽃 시절에 이빨을 들이댔지

 

  까막까치가 날아 와 일러준 엄마와 나는 서로를 먹여온 피투성이 옷,

 

  내 배냇저고리와 엄마가 입고 가신 하얀 명주옥 사이 남아 있는 건 젖니 자국 가득한 가시 옷 한 벌, 붉은 찔레꽃 무덤,

 

 

 

          《시로 여는 세상》2009년 가을호

 

 

 

                - 제주 출생. 2000년 계관《미네르바》등단.

                   시집<녹색비단구렁이>한국시인협회 간사

                   서울산업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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