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술 들고 달에게 묻다 / 이백

폴래폴래 2009. 7. 29. 23:38

 

 

 

 

 

 

     술 들고 달에게 묻다

 

                                               - 이백 

 

 

 푸른 하늘에 달은 언제부터 있었나

 내 이제 잔 들고 물어보련다.

 사람이 밝은 달 좇을 수 없어도

 달은 사람을 따라온다.

 날아가는 거울처럼 붉은 대궐에 이르고

 푸르스름한 안개 사라지면 맑은 빛을 뿜는다.

 깊은 밤바다 위로 떠오르는 것만 보일 뿐

 새벽에 구름 사이로 지는 것을 어찌 알까.

 흰토끼 불사약을 찧어 가을이 봄으로 바뀌지만

 외로운 항아는 뉘와 이웃하여 살까.

 지금 사람 옛 달을 볼 수 없으나

 지금 달은 옛 사람을 비추었나니.

 옛 사람 지금 사람 흐르는 물과 같이

 모두 이처럼 밝은 달을 바라보겠지.

 그저 술 마시고 노래하며

 달빛이 오래도록 금 술잔에 비추기만 바랄 뿐.

 

 

           <신현림이 사랑하는 시>

 

 

        

  나이를 먹으니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것 같다. 그 어떤 추억이든 아름다움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란 걸.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꼭 술이 아니라도 사무치듯 아름다운 사람이나 풍경, 시에 감동하는 것도 취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때로 지극히 빼어난 시를 만나면 아무 할말이 없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마음으로 그림을 그릴 뿐이다. 이백의 시에 취해 지그시 눈을 감았다 뜨니 먼 곳을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술이 아니라 시에 취하니 어지럽지 않아 좋고, 달이 뜨지 않아도 달을 본 것 같아 가슴이 울렁댄다. 사람이 그립구나.

 

 

                     시집: 당신이라는 시(신현림)마음산책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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