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들고 달에게 묻다
- 이백
푸른 하늘에 달은 언제부터 있었나
내 이제 잔 들고 물어보련다.
사람이 밝은 달 좇을 수 없어도
달은 사람을 따라온다.
날아가는 거울처럼 붉은 대궐에 이르고
푸르스름한 안개 사라지면 맑은 빛을 뿜는다.
깊은 밤바다 위로 떠오르는 것만 보일 뿐
새벽에 구름 사이로 지는 것을 어찌 알까.
흰토끼 불사약을 찧어 가을이 봄으로 바뀌지만
외로운 항아는 뉘와 이웃하여 살까.
지금 사람 옛 달을 볼 수 없으나
지금 달은 옛 사람을 비추었나니.
옛 사람 지금 사람 흐르는 물과 같이
모두 이처럼 밝은 달을 바라보겠지.
그저 술 마시고 노래하며
달빛이 오래도록 금 술잔에 비추기만 바랄 뿐.
<신현림이 사랑하는 시>
나이를 먹으니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것 같다. 그 어떤 추억이든 아름다움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란 걸.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꼭 술이 아니라도 사무치듯 아름다운 사람이나 풍경, 시에 감동하는 것도 취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때로 지극히 빼어난 시를 만나면 아무 할말이 없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마음으로 그림을 그릴 뿐이다. 이백의 시에 취해 지그시 눈을 감았다 뜨니 먼 곳을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술이 아니라 시에 취하니 어지럽지 않아 좋고, 달이 뜨지 않아도 달을 본 것 같아 가슴이 울렁댄다. 사람이 그립구나.
시집: 당신이라는 시(신현림)마음산책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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