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막고 품다 / 정끝별

폴래폴래 2009. 7. 29. 14:42

 

 

 

 

 

 

 

 

          막고 품다

 

                                 - 정끝별 

 

 

 

 김칫국부터 먼저 마실 때

 코가 석자나 빠져 있을 때

 일갈했던 엄마의 입말, 막고 품어라!

 서정춘 시인의 마부 아버지 그러니까

 미당이 알아봤다는 진짜배기 시인의 말을 듣는

 오늘에서야 그 말을 풀어내네

 낚시질 못하는 놈, 둠벙 막고 푸라네

 빠져나갈 길 막고 갇힌 물 다 푸라네

 길이 막히면 길에 주저앉아 길을 파라네

 열 마지기 논둑 밖 넘어

 만주로 일본으로 이북으로 튀고 싶으셨던 아버지도

 니들만 아니었으면,을 입에 다신 채

 밤보따리를 싸고 또 싸셨던 엄마도

 막고 품어 일가를 이루셨다

 얼마나 주저앉아 막고 품으셨을까

 물 없는 바닥에서 잡게 될

 길 막힌 외길에서 품게 될

 그 고기가 설령

 미꾸라지 몇마리라 할지라도

 그 물이 바다라 할지라도

 

 

 

                시집『와락』창비2008

 

 

 

                -1964년 전남 나주 출생.

                  이대 국문과 同대학원 졸업.

                  1988년『문학사상』신인상 등단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시집<삼천갑자 복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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