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큰 물
- 함민복
옛사람들은 큰물이 났다고 하였으나
우린 水魔란 말을 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물길을 막은 것 아닌가
물의 길에 우리가 살고 있었던 것 아닌가
바닷물을 데워
하늘로 올라가는 수증기의 길에 속도를 가했고
땅으로 내려오는 비의 길을 어지럽혀
어쩔 수 없이 폭우가 쏟아진 것 아닌가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라니
수마란 말은 입에도 담지 말자
우리 몸이 물이고
물이 魔라고 하면
너무 자학적이지 않은가
너무 반성이 깊지 않은가
시집『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2005
□ 시인의 말
달밤
눈 밟는 소리는
내가 아닌
내 그림자가 내는 발자국 소리 같다
내 마음이 아닌
내 시의 마음이 활자로 돋아날 날
멀어
여기 짐을 덜어 놓는다
함민복
- 1962년 충북 중원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1988년《세계의 문학》등단.
시집<우울씨의 일일>등 다수.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雨絃환상곡 / 공광규 (0) | 2009.07.29 |
---|---|
막고 품다 / 정끝별 (0) | 2009.07.29 |
발을 털며 - 山居 / 장석남 (0) | 2009.07.29 |
나는 시를 쓴다 / 최영미 (0) | 2009.07.28 |
젖가슴 골짜기 / 김승희 (0) | 2009.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