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맥주와 잘 어울리는 것들 / 이현승

폴래폴래 2009. 7. 21. 12:35

 

 

 

 

                             사진:네이버포토

 

 

 

      맥주와 잘 어울리는 것들

 

                                                            - 이현승 

 

 

 

 팔월엔 모든 것이 활발하지요

 악취 나는 천변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꽁지만 치켜세운 채 물속에 머리를 처박는 오리들이 있지요

 부리에 검은 진흙을 묻히고 점잖게 인사를 나눠요

 이상하지 않아요 오리들은?

 

 비가 잦은 밤의 거리를 걸으면서 생각했어요

 불행하게도 항상 하나씩이 모자란 것에 대해서

 식은 맥주처럼, 꼭 부족한 하나가 있어요

 술을 빼놓고 엉클 톰을 생각하거나

 엉클 톰을 빼놓고 술을 생각하거나

 그건 마치 줄무늬를 빼고 얼룩말을 생각하는 것과 같죠

 결정적으로 하나가 빠진 조합에 갇히는 거죠

 절정의 상태에서 더그아웃을 지키는 투수와

 신나게 두들겨 맞고 더그아웃을 바라보는 투수의 눈빛

 그래 조금씩은 이상한 것 같기도 해요

 늘 걸어다니거나 헤엄치는 오리들

 냄새나는 천변을 오리들과 함께 걷는다고 생각하면

 

 

  

                       시집『아이스크림과 늑대』랜덤하우스 2007

 

 

 

                 -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고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2002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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