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을 파고 살아야지
- 공광규
몸에 연못을 파서
수심을 뚫고 올라온 연꽃을
수면에 모시고 살아야지
흙탕물을 맑게 하고
쓰레기를 가라앉힌 연못
그 바닥에서 솟아오른 연꽃을 모시고 살아야지
연못의 마음은 수평
건드리면 이내 무너졌다가
다시 수평을 잡는 수면
몸에 날아오는 돌 하나쯤
퐁당! 맑은 소리로 받은 뒤
다시 수평으로 돌아와야지
벌레가 뛰어들면
수면은 약간 흔들어
반짝반짝 아름다운 물별을 보여줘야지
마음에 천둥이 와서
수심을 흔들고 수위가 넘쳐 눈물 보이더라도
이내 수평으로 돌아와야지
몸에 연못을 파서
깨끗한 뼈가 드러나도록 파서
수면에 연꽃을 모시고 살아야지.
시집『말똥 한 덩이』실천문학 2008
- 1960년 충남 청양 출생. 동국대 국문과, 단국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1986년「동서문학」등단.
시집<지독한 불륜><소주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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