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뒷문 / 김희업

폴래폴래 2009. 6. 23. 10:34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뒷문

 

                                       - 김희업 

 

 

 

 어머니는 홀로 브래지어를 풀지 못한다

 문이 많은 어머니, 생산을 해내던 곳간도

 굳게 닫힌 지 오래

 그만큼 먼 시간의 문門 지나왔다

 어머니는 브래지어 뒷문을 어떻게 닫았을까

 브래지어를 풀도록

 호락호락하지 않는 어깨

 “침놔 주는 한의사 때문” 이라며,

 평소 안 하던 브래지어를 한 어머니

 그 순간 여자로 환생 한다

 젖을 달라고, 밤낮으로 어머니의 잠결 파고들어

 문 두들겨 대던 자식 다섯은,

 뒷문 열어 놓은 채 슬금슬금 빠져 나갔다

 뒤늦게 뒷문 꼭 걸어 잠그는 어머니

 나는 브래지어를 풀어

 바닥에 놓는다

 제법 탐스러운 둥그런 무덤이다

 드러난, 말라붙은 젖가슴

 태어나 처음 본 듯, 나는

 새삼스럽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자신의 무덤 번쩍 들어

 한쪽으로 옮기는 칠순의 어머니

 이다음에,

 천국의 뒷문

 홀로 닫을 수 있을는지

 

 

 

                   시집『칼 회고전』2009.천년의 시작

 

 

 

 

                   서울 출생

                   1998년『현대문학』등단

                   건국대 국문과,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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