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구름이 햇살을 가려주는 휴일,
가까운 사람들과 들녘에 나가 보시라
보리피리 불어보며 눈물을 놓아두고
오게 될 것이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는 "보리밭"은 아동문학가 박화목이 지었다.
피란민으로 북새통을 이루던 부산 자갈치시장의 소음 속에서 어떻게 저 아름다운
서정 가곡 '보리밭'이 만들어진 것일까
1951년 여름, 윤용하와 박화목은 자갈치 시장에서 말없이 막걸리잔을 비우고 있었다.
박화목은 마산육군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부산으로 와 윤용하와 해후를 했다.
하지만 전란 속의 어려운 처지에서 둘은 고독을 막걸리잔으로 달래고 할 따름이었다.
어느날, 윤용하가 이 전란에 모두 좋아할 서정적인 가곡을 만드세, 시 한편 써주오.
박화목은 이 삼일만에 시를 지어왔고, 윤용하는 곡을 붙여 보리밭이 탄생했다. 박화목은
'옛생각'이란 제목을 달았으나 윤용하가 '보리밭'으로 바꾸었다.
죽기 일주일 전, 군에 있던 아우 윤용삼이 휴가를 나와 주점에서 형과 마주했다.
아우는 형님의 처지를 익히 아는지라 고기안주를 시켰다. 그런데 형은 소주만 마시고
고기에는 아예 손을 대지 않았다. "애들이 굶고 있어 …" 하며 아껴놓았던 고기안주를
신문지에 싸서 가정에 가져가는 착한 사람은 1965년 7월 43세로 단칸 셋방에서 눈을 감았다.
매실.
앵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