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마늘촛불 / 복효근

폴래폴래 2009. 4. 29. 09:24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마늘촛불           / 복효근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 놓은 마늘쪽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 시학'등단.

                   시집<마늘촛불>외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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