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돌리기 /최정란
등 뒤에 놓인 수건을 집어든다
달이 술래다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기 시작한다
정작 누구의 등 뒤에도
수건을 몰래 내려놓을 수 없다
무한궤도를 돌고 있는 달
공전을 멈출 수 없다
단 한 번 방심한 등을 보인 후
어둠 속을 끝없이 도는 얼굴
희다 못해 푸르다
달 대신 달이 되고 싶지 않아
누구도 섣불리
달에게 뒷면을 보이지 않는다
고요의 바다에 물결이 인다
달에게 등을 내주고 싶은 밤이다
- 2003년 '국제신문'신춘문예 등단
시집<여우 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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