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수건돌리기 / 최정란

폴래폴래 2009. 1. 31. 10:03

 

 

 

 

 

                수건돌리기          /최정란 

 

 

등 뒤에 놓인 수건을 집어든다

달이 술래다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기 시작한다

정작 누구의 등 뒤에도

수건을 몰래 내려놓을 수 없다

무한궤도를 돌고 있는 달

공전을 멈출 수 없다

단 한 번 방심한 등을 보인 후

어둠 속을 끝없이 도는 얼굴

희다 못해 푸르다

달 대신 달이 되고 싶지 않아

누구도 섣불리

달에게 뒷면을 보이지 않는다

고요의 바다에 물결이 인다

달에게 등을 내주고 싶은 밤이다

 

 

 

          - 2003년 '국제신문'신춘문예 등단

            시집<여우 장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