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뼈아픈 후회 / 황지우

폴래폴래 2008. 11. 1. 00:59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 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 까지는 함께 들어오지
못했다,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들어 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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