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 / 박서영
지퍼의 개화(開花),
그건 낡은 가죽가방을 열어
걸어온 길을 쏟아내는 것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방
폭설이 내리는 가방
꽃 사태가 일어나는 가방
그건 파문을 모아두는 일이었는데
쏟아내 보니 그랬다
떠나온 풍경은 죄다 어딘가 아파 보였다
모아 두는 게 아니었는데,
지웠어야 했는데,
가죽가방 하나 홀쭉해져서
온몸에 물결문양 새기고
바람문양 새기고 잠들어 있다
사진<네이버 포토앨범>
박서영 시인
1968년 경남 고성 출생.
199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2006년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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