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좌판 / 김종미
구울 거요? 지질 거요?
내려칠 칼을 든 여자와
좌판의 고등어가 두 눈 빤히 뜨고 나를 보고 있다
염라대왕이 이런 기분일까
네 영혼을 지글지글 구워주랴? 아니면
얼큰하게 지져서 이 지옥을 기름지게 할까
그러고 보니 내 몸이 지옥이다
이 지옥 속에 감금된 영혼을 극락에 풀어놓으려고
부지런히 들락거린 극락전에 소금 친다
염라대왕에게 눈도장이라도 찍어놓으려고
개미 뒷다리라도 밟을까 자비로운 절 마당에 소금 친다
말려 먹고 익혀 먹고 회쳐서 먹고
먹고 먹은 죄 오늘 참회합니다
입에 침도 안 바른 혀를 가지고
극락왕생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손바닥에
싸락눈 퍼붓듯 소금 친다
아줌마, 까마귀처럼 깔끔하게 영혼을 파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네? 내 목소리가 불길하게 들린다구요?
<현대시학> 2008년 10월호
김종미 시인
1957년 부산 출생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와사상』 편집장을 역임
2006년 시집『새로운 취미』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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