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봄의 줄탁 / 도종환

폴래폴래 2008. 10. 20. 00:20

 

                  봄의 줄탁

 

                                     도종환

 

 모과나무 꽃순이 나무껍질을 열고 나오려고 속에서 입술을 옴찔옴찔 거리는 걸 바라보다 봄이 따뜻한 부리로 톡톡 쪼며 지나간다

 봄의 줄탁

 금이 간 봉오리마다 좁쌀알 만한 몸을 내미는 꽃들 앵두나무 자두나무 산벚나무 꽃들 몸을 비틀며 알에서 깨어나오는 걸 바라본다

 내일은 부활절

 시골 교회 낡은 자주색 지붕위에서 세워진 십자가에 저녁 햇살이 몸을 풀고 앉아 하루종일 자기가 일한 것을 내라다보고 있다

 

 

              애지 <200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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