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밭에서
오탁번
가파란 산밭을 매면서 아낙네들은 말했다
매일 이 지경으로 일을 하면
밑구녁도 아예 비뚤어지겠다
건너 산에선 뻐꾸기가 울다 졸다 하였다
밭두럭에선 암소가 제 새끼의 사타구니를
뜨거운 혀로 자꾸자꾸 빨았다
가파른 산밭을 매면서 아낙네들은 말했다
서방이 제 구멍을 못 찾으면 낭패다
밤눈 밝기는 그중 밝으니 괜한 말이다
옥수수 자루가 수염을 날리며 웃었다
돌멩이와 불탄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치는
호미 소리에 뻐꾸기도 암소도 웃었다
< 시집,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 > 청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