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산밭에서

폴래폴래 2008. 10. 15. 10:49

 

                 산밭에서

 

                                      오탁번

 

     가파란 산밭을 매면서 아낙네들은 말했다

     매일 이 지경으로 일을 하면

     밑구녁도 아예 비뚤어지겠다

 

     건너 산에선 뻐꾸기가 울다 졸다 하였다

     밭두럭에선 암소가 제 새끼의 사타구니를

     뜨거운 혀로 자꾸자꾸 빨았다

 

     가파른 산밭을 매면서 아낙네들은 말했다

     서방이 제 구멍을 못 찾으면 낭패다

     밤눈 밝기는 그중 밝으니 괜한 말이다

 

     옥수수 자루가  수염을 날리며 웃었다

     돌멩이와 불탄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치는

     호미 소리에 뻐꾸기도 암소도 웃었다

 

 

            < 시집,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 >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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