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작별

폴래폴래 2008. 10. 15. 00:26

 

                           작별

 

                               오탁번

 

   오늘 아침 그대들과 작별하고 싶다

   꿈꾸며 바라본 설핏한 저녁 노을

   진토닉에 몸을 푸는 빨간 체리

   서해바다 노을 한강까지 밀어올리며

   얼음 밑에서 겨울을 나는 누치 한 마리

   그대들과 선선히 작별하고 싶다

   미끈미끈한 비늘도 모두 흩어지고

   목마른 입술 닿은 종이컵도

   재활용 봉투 속에서 잠들고 있다

   첨탑에서 종소리 아득해질 때마다

   내 눈썹 시리게 한

   생애의 벼랑도

   뜨거운 알코올 목구멍에 쏟아

   나의 욕망 연소시킬 불씨도

   이젠 그만 사그라지면 좋겠다

   아무리 불러봐야 메아리도 없는 아침

   떠나간 빈 자리 메워줄 슬픔 하나로

   텅 빈 자리에 호젓이 남고 싶다

   면도한 두 볼에 스킨로션 바르고

   구겨진 넥타이로 목을 감고

   죽어가는 관절 일으켜 세워

   그대들과 절뚝거리며 작별하고 싶다

 

 

 

      *  ( 1미터의 사랑) 시와 시학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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