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폭력을 휘두르다니
이승하
여기는 성전이다 기도하고 묵상하는 곳
참회하고 평화를 나누는 곳
유월절 축제를 준비하느라 부산한 상인들
이 정도면 거접니다 거저예요
자 구경하고 가세요 세일입니다
어딜 가나, 먹어야 사는 인간들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사고팔고
이문을 남기고 본전을 뽑고
분노한 예수, 가판대 엎어 버리고
제물로 드릴 비둘기를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파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성서에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 그런데
너희는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었구나!"
분노한 예수, 인간의 욕망을 부정한 것인가
자본주의의 논리를 부정한 것인가
지상의 성전은 파괴되었으나
어딜 가나, 빼앗아 차지하는 인간들
이스라엘, 요르단, 시나이반도, 골란고원 어디를 가도
총탄 자국과 화약 냄새
성전 지도자들과 예루살렘 관리들의 분노가
예수를 처형의 길로 몰아세워
낮은 어둡고 밤은 밝다
예수의 이름을 걸고 알라의 이름을 걸고
어른들은 한목숨 바쳐 수십 명을 죽이고
아이들은 마실 물이 없어 병에 걸린다
올해 2020년이다
2020년 동안이다
시집<예수.폭력> 문학들 2020년
1960년 김천 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폭력과 광기의 나날><생명에서 물건으로><뼈아픈 별을 찾아서>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감시와 처벌의 나날><생애를 낭송하다>등
현재 중앙대 문창과 교수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혼에서 만나 (0) | 2020.09.30 |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0) | 2020.09.20 |
자작나무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 (0) | 2020.09.15 |
파란 돌 (0) | 2020.09.10 |
가로등 끄는 사람 (0) | 2020.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