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죽음은 이미 달콤하지 않다 / 최승자

폴래폴래 2019. 5. 22. 13:00




      죽음은 이미 달콤하지 않다


                                        최승자


 닫혔다 열리고

 열렸다 다시 닫히려 하지 않는

 (닫히면서, 결코 닫히면서)

 흐르는 棺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찐 박쥐는

 脫脂된 흰쥐들을 감시하고


 죽음은 이미 달콤하지 않다.

 그것은 무미한 버튼과도 같은 것,

 세계의 셔터를 내 눈앞에서 내리는.


 수세기 동안 내 房은 닫혀 있었고

 외로운 옥좌 위엔 살해자의 흰 장갑,

 이 세계를 나는 죽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손을 씻고서


 나는 돌아섰다.

 지루한 업무를 비로소 끝낸 인턴처럼.


 그리고 안드레이 오 안드레이

 너는 거기 앉아 있었다.


 바다 건너 네 死後의 房 안에,

 죽은 미래를 깔고서, 고요히.



 『발견』2019. 봄호




 -1952년 연기 출생. 1979년<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이 시대의 사랑><기억의 집><내 무덤, 푸르고><쓸쓸해서 머나먼>

 대산문학상, 조병화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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