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왜 그랬을까
이영춘
아이들은 알땅구야, 알땅구야!
부르며 돌을 던졌다
헤헤 웃기만 하는 서른 살 안팎의 그녀는 반은 입고 반은 벗은 몸이었다
때로는 아이들 돌에 맞아 피를 흘리기도 했다
머리를 감싸 안은 채 그녀는 골목길로 숨어들었다
어른들이 지나가다 아이들을 휘몰아 혼 줄을 내면
알땅구는 어른 뒤에 바짝 붙어 몸을 피하기도 했다
우리들의 머리가 알밤톨 만큼 단단해졌을 무렵
어느 곳에선가 건장한 장정이 된 아들이 나타나 데려갔다는 소문이
봉평 장터거리에 뜬구름처럼 퍼져나갔다
우리들은 어느 누구도 우리의 잘못을 모른 채
알땅구 나이쯤 되었을 때
붉은 피 뚝뚝 흘리던 그녀가 되어 우리도 아픈 어른이 돼 가고 있었다
돌에 맞아 파르르 자지러지듯 울던 그녀가 우리들 몸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지금쯤 그녀의 붉은 몸은 어느 하늘에 옹이로 박혀 있을까?
돌덩이를 피해 어느 골목길로 숨어들고 있을까?
나는 자꾸 그녀가 된 내 몸이 아파
얼굴 감싼 채 골목길로 숨어들 때가 많다
『시사사』2019년 3~4월호
197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시시포스의 돌><귀 하나만 열어 놓고>
<네 살던 날의 흔적><슬픈 도시락><시간의 옆구리><봉평 장날><노자의 무덤을 가다>
<신들의 발자국을 따라>등 .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인산문학상, 강원도문화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 특별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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