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사물 A / 이승훈

폴래폴래 2018. 1. 19. 16:44





           사물 A



                            이승훈(1942~2018.1.16)



   사나이의 팔이 달아나고 한 마리의 흰 닭이 구 구 구 잃어버린 목을 좇아 달린다. 오 나를 부르는 깊은 명령의 겨울 지하실에선 더욱 진지하기 위하여 등불을 켜놓고 우린 생각의 따스한 닭들을 키운다. 닭들을 키운다. 새벽마다 쓰라리게 정신의 땅을 판다. 완강한 시간의 사슬이 끊어진 새벽 문지방에서 소리들은 피를 흘린다. 그리고 그것은 하아얀 액체로 변하더니 이윽고 목이 없는 한 마리 흰 닭이 되어 저렇게 많은 아침 햇빛 속을 뒤우뚱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시집『사물 A』삼애사 1969년



 1942년 춘천 출생. 한양대 국문과 연세대 대학원 문학박사.

 1963년<현대문학>등단. 시집<사물 A><환상의 다리><당신의 초상><사물들><당신의 방>

 <너라는 환상><길은 없어도 행복하다><밤이면 삐노가 그립다><밝은 방><나는 사랑한다>등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등 수상. 한양대 국문과 교수 역임